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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 근래 우리나라에서도 아름다운 외관을 갖춘 건축물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사진으로 촬영하여 달력에 이용하고 싶은데 이 경우에도 저작권 처리가 필요한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 A ▶ 질의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건축물 자체가 저작권법상 보호대상에 해당하는가를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저작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저작권이기 때문에 이는 당연히 요구되는 기초적 사항입니다.


저작권법 제4조는 “저작물의 예시 등”이라는 표제 하에 제1항 제5호에서 “건축물·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를 포함하는 건축저작물(architectural work)”이라고 하여 건축물이 저작물의 하나임을 예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어떠한 건축물이 건축저작물인지에 대하여는 침묵합니다. 따라서 건축물의 경우에도 저작권법 제2조 제1호가 규정하고 있는 저작물의 일반적 요건, 즉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이어야 함을 충족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즉, 건축물이 문학ㆍ학술 및 예술의 범주에 속하는 창작물이라는 요건을 구비하여야만 건축저작물로서 저작권법상의 보호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느 건축물이 건축저작물로 될 것인가를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건축저작물의 특질을 살필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스 시대부터 예술의 대표적 형태로 자리 잡아 온 건축저작물은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미술저작물이면서, 동시에 인간생활을 담기 위한 기술·구조 및 기능을 수단으로 합니다. 저작행위와 기술적 행위가 준별되지 않는 특성을 건축저작물이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조형미술로서의 특성과 함께 실용적 성질을 다분하게 지니고 있는 것이 건축저작물입니다.


이는 정원과 같은 것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논란이 있기는 하나, 건축물과 일체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정원도 건축저작물의 일부로서 보호될 수 있다는 것이 유력한 견해입니다. 그 점에서 건축저작물은 저작권법상 극히 특이한 존재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저작권법이 건축저작물을 미술저작물과 별도의 독립된 유형으로 특별하게 취급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건축의 모형이나 설계도서에 의한 시공에 대한 이른바, ‘실시권’의 부여라든가, 증·개축 등에 따른 저작인격권 제한 등은 특별한 취급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건축물인 건축저작물은 본질적으로 미술저작물에 속한다고 할 것입니다. 건축물 형태인 건축저작물이 건축예술로 일컬어지는 미적인 사상 또는 감정이 창작적으로 표현된, 즉 심미적 창작성이 구현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은 이를 반영합니다.

 

건축저작물을 미술저작물로 취급하는 법제가 많은 것도 이를 감안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이 “미술저작물 등”이라는 용어 안에 건축저작물을 포함시켜 규율하고 있는 것도 이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파악됩니다. 이 점을 감안할 때 질의상의 건축물은 충분히 제시되지는 못하였으나, 달력에 이용될 정도라는 사실에 비추어 심미적 창작성이 구현되어 있는, 즉 건축저작물로 취급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시 말해 질의상의 건축물은 일반 가옥이나 빌딩과 같은 건축물(건축사들은 이를 ‘건물’이라고 표현합니다)과는 다른 심미적 창작성을 구현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질의상의 건축물이 건축저작물에 해당된다고 할 경우, 이 건축물의 외관을 사진으로 촬영하여 달력에 이용하는 것이 저작권법상 문제로 되는 것인가는 다음과 같은 저작권법 제32조(미술저작물 등의 전시 또는 복제) 제2항의 적용여부가 가려져야 합니다.

 

동조 제2항은 “제1항 단서의 규정에 의한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되어 있는 미술저작물 등(여기에서의 ‘등’에는 건축저작물과 사진저작물이 포함됨)은 어떠한 방법으로든지 이를 복제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호의 1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동항 제4호는 “판매의 목적으로 복제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되어 있는 건축저작물일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이를 복제할 수 있으나, 판매의 목적으로 복제하는 경우는 제외된다는 것이 위 규정의 내용입니다.


항시 공개되어 있는 건축저작물 등에 대해서는 일반인에 의한 자유이용을 인정하는 것이 사회적 관행에 합치되고 많은 경우에는 저작자의 의사에도 기초하고 있다는 사회적 인식에서 원칙적으로 복제를 허용하나, 저작자의 이익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특정의 경우에는 제외하고 있는 것이 위 규정의 취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질의의 경우는 판매의 목적이라는 일종의 목적적 요건 흠결과 배포라는 이용형태에서 침해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달력의 일반적인 제작 유통이 판매형태로 제작되어 일반공중에게 배포된다는 점과 물리적으로 건축저작물이 항시 개방되어 동일한 장소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 기초합니다.

 

건축저작물이 통상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되어 있기 때문에 복제가 허용될 수는 있으나, 그 복제의 범위는 판매목적의 것까지 미치지 않으며 또한 배포를 허용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위와 같은 결과가 도출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질의의 경우에는 그 건축물이 건축저작물이라는 전제하에,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저작권자로부터 허락을 얻고 달력을 제작·배포하여야 적법한 행위가 됩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단순히 촬영한다거나 하는 복제행위 자체는 허용됩니다.


한편, 질의 내용과 별도의 것으로 그 건축저작물 소유주에 의한 이른바, 물체에 관한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에 의거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어떤 물체가 명성, 사회적 평가 등을 획득하여 고객흡인력(good will) 등 독립된 경제적 이익 내지 가치가 발생하였을 경우 이 물체의 소유자가 그에 대하여 배타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재산적 권리를 물체에 대한 퍼블리시티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권리는 그 물체의 소유자가 갖는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만일 질의상의 건축저작물이 고객흡인력 등 경제적 이익 등을 구비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건축저작물의 소유주가 갖는 퍼블리시티권에 의거한 권리처리 요구가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실정법에 이 권리가 규정되어 있지도 않고 국제적으로 이를 인정하는 판례도 희소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단정할 수는 없으나, 현 시점에서 이 권리의 일반적 인정은 어렵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소유주의 그러한 요구는 일방적 주장에 그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호흥/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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