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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꿈틀거리며 더욱더 커져가는 열정적인 불.

더 태울 열정이 사라져 버린 불.

분명히 다르다.

그 어떤 불이라도 언젠가는 꺼진다.

사람도 언젠가는 죽어 없어진다.


한번살다 가는 인생, 광발나게 열정적으로 활활 태우다 가는게 좋지 않는가?

나는 죽어 없어져도 내가 설계한 건물은 내가 죽은 후에도 100년은 넘게 남아 있는다.

대학때 처음으로 만나 열정적으로 밤을 새우며, 도면을 그리고 모형을 만들고 스케치를 해 대던 건축.

비슷한 처지에 있는 건축 설계인들과 경쟁해서 이겨 보겠노라고 수없이 참여했던, 현상설계, 턴키.

최고의 병원을 설계해 보자고 ... 하루에 출퇴근,밥먹기,잠자기 빼고는 회사에서 올인...

미국 설계사와 함께 설계 진행하느라 매일 영문편지 작성에 유저들과 회의에... Medical Planning에... 협력업체 관리에...


그렇지만... 무언가 부족하다...

이렇게 5시간씩만 자고 일하는데다 올인 하는 생활을 평생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더 두려운건. 다음 프로젝트를 해도 또 똑같이 생활 할 것 같다는것...

뭐랄까... 미래를 알고 나면 달릴수 없다고 하고, 살아가는것에 의미도 희석된다고 하는데.

요즘 그런 느낌이 든다.


학교때 부터 지난 10년간 건축 설계 라는 녀석에게 쇠뇌를 당해서 췌면속에서 살아오다가, 지금 그 마력이 약해지고 있는 국면.

정말로 심각한 문제다.. 앞으로 뭐 하고 살아갈 지를 결정해야 할 시기가 곧 온다.

나이가 들 수록 더 직장은 옮기기 힘들다.


뭔가 어떻게 디자인하면 좋을까 고민하면서 도면에 트레이싱지 대고,

새로 뚜껑 연 빨간색 플러스 펜으로 선을 스윽 스윽 그을때면...

이보다 더 행복한 고민이 없다 싶고,

매일 10시 넘어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서 샤워하고 뭐 좀 먹고 나면 12시반이나 1시가 넘어 버리고,

매일 늦은데다가 애기랑 놀아주지조차 않는다는걸 못마땅해 하는 집사람..., 이런 생활을 생각하면...

정말 진저리 나게 싫고...

이 생활을 나머지 평생 동안 하라고 하면... 차라리 칼퇴근 하는 알바를 하며 돈 적게 받겠다 싶고...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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