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차가 좋아져서 매일 거의 물처럼 마신다. 나는 주로 500~700ml 정도의 제법 큰 서양식 티포트를 이용해 물을 많이 넣고 여러 번 우려 마신다. 보통 티백은 두 번째부터 거의 무맛이고, 잎차는 세 번에서 네 번 정도가 되면 그저 살짝 달짝지근한 정도가 된다. 이렇게 마시면, 일하며 글을 쓰면서 계속 무의식적으로 마시는데도 하루에 전문점 커피 한 잔을 마신 것과 비슷하여, 자연스럽게 절제가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몇 달간 차에 빠져 찾아보고 생각한 것들을 정리해 보았다.

왜 갑자기 차?
직장인의 피라 불리는 커피? 집에 쌓아둔 원두는 어쩌고? 원두 드립백 유통기한이 다 되어 가네?
일반적인 유명 커피 전문점의 레귤러 커피 한 잔의 카페인은 40~150mg인데, 매일 마시다 보니 비용도 만만치 않고 해서 직접 가정용 머신으로 내려 마시게 되었다. 드립도 해보고, 머신도 써보고, 캡슐커피도 마셔 보았다. 그런데 드립으로 내린 커피는 깔끔하고 좋지만 원두를 낭비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이 넣지 않으면 뭔가 심심했고, 머신은 더블샷으로 내려서 아침에 혼자 진하게 마시면 참 기분이 좋았다. 점심때는 손님이 방문해 더블샷을 나누어 두 명이 진하게 한 번 더 마셨다. 저녁엔 좀 참았다. 이렇게 마시면 하루에 3샷을 마신 것이니, 450mg 정도가 된다.
카페인의 1일 권장량은 성인 400mg이니 큰 문제는 안 되겠다만, 어느 순간 점심에 나눠 마신 커피로는 만족이 안 되는 느낌이 들었다. 왜 그런지 찾아보니, 카페인이 매일 지속적으로 들어오면 뇌가 익숙해져 더 많이 들어오지 않으면 각성 상태가 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한 2주 정도 안 마시면 다시 50mg만으로도 맑은 뇌로 아침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충격! 그냥 간단히 말해 내가 카페인 중독 상태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궁금증 반, 검증 반으로 내 몸을 대상으로 실험을 시작했다. 한 달 정도 커피를 안 마시고 차를 마시기 시작했고, 차의 매력에 빠져들고 말았다. 차도 카페인이 있기에 이뇨작용으로 화장실에 자주 가야 하긴 했으나 몸 전반적으로.촉촉한 느낌이 증가했다. 예를 들자면 얼굴색이 좋아지고 피부가 촉촉하고 입에 침이 더 많아진 느낌이었다. 커피를 끊으면서 저녁때 혼자라도 종종 먹던 술을 끊었던 것도 원인 중에 하나였겠지만.
녹차
녹차는 뜨거운 물에 넣고 한참 우려 마시면 좀 떫은맛이 있고, 커피처럼 구수하지도, 머신에서 갓 나온 크레마의 끈적한 단백질 느낌도 없다. 그저 뜨겁고 시큼하면서 떫은 단물 같다. 그런데 이게 카페인을 포함하고 있어서 약간의 만족감은 드는 정도다. 좋은 점은 비타민을 포함하고, 카페인이 제법 들어 있지만 카테킨과 테아닌이 체내 흡수를 방해하여 강한 중독성은 덜하다. 녹차에서 카페인 섭취를 억제하는 성분은 주로 카테킨과 테아닌이다. 카테킨은 녹차의 떫은 맛을 내는 성분으로, 카페인과 결합하여 체내 흡수를 늦추고 항산화 작용을 통해 건강에 도움을 준다. 테아닌은 긴장 완화에 도움을 주는 아미노산으로, 녹차에 함유되어 있으며, 건강기능식품 원료로도 사용된다. 비타민과 차의 중독성은 큰 문명의 대세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척박하지만 광활한 땅에 자리 잡은 티베트 유목민들은 풀도 잘 없는 고산지대의 환경에서 야크 젖과 양고기 등을 섭취하며 생활했지만, 비타민은 해결이 잘 안 되었다. 이때 혜성같이 나타난, 오래 보관 가능한 차가 대안이었다. 그리고 이 차의 카페인 중독성 또는 효용성은 결국 한족에게 티베트의 지배 수단 또는 불공정 거래를 통한 점진적 착취의 단초를 제공하게 되었다. 송나라(960년~1279년)는 야안에 차마사를 두어 차와 말 거래를 독점했는데, 송대에는 말 한 마리에 차 1,800근이었고, 명대에는 상등급의 말 1필에 차 120근을 주었다. EBS 다큐 차마고도. 3편. 2007.
녹차는 찻잎을 따서(채엽) 조금 말린(위조) 후 즉시 덖어서(살청) 산화를 막고(갈변 방지), 손 또는 기계로 적당히 비비고 치대서(유념) 건조시키는데, 이런 과정에서 발견된 불순물을 지속적으로 제거하며 만들어진다. 유념과 건조 과정에서 여러 전통 방식이나 기계의 특징에 따라 길쭉하거나 동그랗게 말려 있다. 채엽 과정에서 어린잎만 따내거나, 고수나무(윈난성 등에서 자생한 수십 미터가 넘어가는 차 나무에 올라가 채엽) 등에서 따낸 잎의 크기와 특성에 따라 품질이 매우 다양하게 제품화되고, 제조 과정에서도 찻잎 크기, 부서짐 등의 선별에 따라 품질에 격차를 두기도 한다.
커피와 마테차를 제외하고는 전문가가 아닌 차를 즐기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기에, 세상의 모든 차는 그저 같은 찻잎을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 차 나무조차도 여러 종이 있다고는 하나 학명으로는 거의 같은 두 개 정도의 종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오랜 기간 지역에 적응하고, 인간이 인위적으로 종을 관리 생산해 왔기 때문에 육묘 관련 전문성은 당연히 존재하고, 우리나라의 농업기술센터 등이 지속해서 개발 연구 중이다.
정리하자면, 녹차는 갈변하기 전 덖기, 홍차는 갈변 후 덖기, 우롱차는 반갈변 후 덖기, 보이차는 덖은 후에 한 달 정도 물을 뿌려 발효시킨 흑차다.
그래서 나는 보통 녹차를 첫 번째 우릴 때는 떫은맛이 나지 않게 뜨거운 물로 1분 정도 우려내고, 두 번째 우릴 때는 3~5분도 부족한 느낌이다. 세 번째 우려낸 녹차는 그저 물의 잡내를 없애는 수준이라고 하겠다. 녹차를 우리는 물 온도는 60~70도 정도가 적당하다고들 한다. 비타민이 들어 있으니 파괴를 막는 의도도 있겠다.
홍차
나는 갓 커피를 떠나 중국 녹차, 현미녹차, 보리차, 우엉차, 결명자차, 민트티, 루이보스티 등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중이었다. 중국 녹차 중 어떤 제품을 우려냈을 때, 한국 녹차나 칭다오 라오산 녹차와는 좀 다르게 붉은빛이 많이 도는 것이 있었는데, 참 달콤하고 구수하며 맛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다시 찾아보니 대만 동방미인이란 제품이었고 우롱차 였다. 그런데 우연히 비슷한 느낌인데 훨씬 강한 향을 가진 차가 홍차였다. 홍차의 맛은 여러 꽃향기가 섞여있는 달콤하고 고소한 무언가가 있었다. 마트에서 우연히 립톤 홍차(English Breakfast)와 얼그레이 세일 행사를 발견하고 벌크 티백 100개를 1만 5천 원가량에 구매했다. 티백을 우려보면 내용물이 불어 찻가루가 꽤 많아 보였다. 역시 오래된 기업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빠르고, 강하고, 화려했다. 물론 세일이 없었다면 전혀 저렴하진 않았다. 개별 티백의 용량은 서양 홍차의 보통 기본인 1.5g이고, 내용물은 잘게 갈려 있어서 뜨거운 물에 넣으면 매우 빨리 반응이 나타난다. 맛도 매우 풍부했고, 잘게 갈아져 있어서 그런지 넣자마자 즉시 물이 와인처럼 붉게 변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마치 피처럼 붉은 무언가가 우려져 나왔다. 그래서 동양인들은 이를 홍차라고 불렀고, 차 제품의 색이 검은색이라 서양인들은 블랙티라고 불렀다. English Breakfast 등으로 불리며, 이 홍차에 베르가못 오렌지 껍질에서 추출한 향을 추가한 것이 얼그레이(그레이 백작, 영국 총리를 지낸 그레이 백작에게 헌정된 차. 그의 업적에는 관심 없고 차 이름에만 관심?)다.
보이차
보이차는 세상의 모든 다른 차에 관련된 이야기를 포함한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 역사, 철학, 제조 비법, 녹차나무의 기원, 재배 조건 등에 관한 제각각의 주장이 존재하는 듯하다. 2021년 기준 1만 개 이상의 브랜드가 존재한다는 말도 있고, 브랜드마다 비법이 있다. 이 보이차 맛에 관해서도 호불호가 참 많이 갈리는데, 나는 40대 중국에서 모든 음식점에서 주는 저렴한 녹차를 어쩔 수 없이 많이 마셨고, 고급 보이차도 주변 사람들의 소개로 제법 마셔보았고 그저 비싸고 적당히 좋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는 커피만 마셨다. 그리고 최근 차에 관심이 생겨 처음엔 꽃향이 나는 달콤한 홍차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마실수록 보이차는 자꾸 생각나는 맛이라고 할까? 녹차가 겉절이고, 홍차가 갓김치 정도라면, 보이차는 경상도의 젓국이 들어간 잘 익은 김치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이생차는 녹차 같긴 하지만 굴 들어간 김장 김치라 빨리 먹어 치워야 하고, 보이숙차는 갈치가 들어간 약간 짜게 만들어 1년 동안 익혀 먹는 숙성 김치의 느낌이다. 이 김장 김치는 금방 만들어 익지 않아도 맛있지만, 적당히 익어가면 더 맛이 들어간다. 어쩌다 냉장고 안에서 1년이 넘어가도, 새로운 쓸모가 있는 김치와 비슷한 느낌이다. 내가 아는 지인은 보이차의 맛을 낙엽 맛이라고 투덜대던 분도 있긴 한데, 처음 들었을 땐 표현이 참 근사하고 적당하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Z세대 큰딸이 루이보스 티를 목욕탕 냄새라고 말하는것도 참 신박하고 재미있는 표현이 듯이 말이다. 물론 비싼 보이차를 사서 내가 10년 동안 묵혀가며 맛의 변화를 느끼고 기술할 정도의 내공은 아직 없지만, 차 판매자들은 보이차를 신격화하여 묘사 한다. 비싸게 받으려면 표현도 좋아야 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나 싶다. 그러나 나는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은 잘 믿지 않아서 패스.
보이차는 5번까지도 우려 마실 수 있다고들 한다. 나의 경우, 세차를 10초 정도 하고 버리고, 첫 번째 우릴 때는 30초 이내로 조금만 우려 너무 강하지 않게 마신다. 두 번째는 2~3분, 세 번째는 5분 정도도 우려낸다. 대기업에서 제조한 홍차 티백은 기본적으로 양이 1.5g 정도로 정해져 있거나 가루 형태라 빨리 우러나와서, 두어 번 우려 먹고 나면 세 번째부터는 그냥 물이지만 살짝의 단맛이 나는 경우가 많다. 티백이 아닌 찻잎은 여러 번, 오래 우리면 떫은맛이 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보이차는 5회까지도 우려 먹을 수 있으니 비싸지만 오히려 더 경제적인 경우도 있다. 계속 뭔가 맛이 나는 것 같아서, 한 번 찻잎을 뜯어서 넣고 나서 1, 2회가 가장 맛나고, 큰 티포트 기준으로 4~5번 정도 우려내면 그냥 약간 구수한 향만 있는 물처럼 된다. 탕색도 거의 없어진다. 3~4번 우렸을 때 뭔가 맛이 빠진 듯하여 전자레인지에 다시 돌려서 거의 끓여 보아도 1, 2회째의 좋은 맛은 잘 안 난다. 아 참, 그리고 우릴 때 물 온도가 가장 높은 것을 권장하는 것이 이 보이차라 자꾸 뜨겁게 마시게 되는데, 물이 뜨거운 것을 배제하더라도 1, 2, 3회 연속으로 혼자 8g을 우려서 계속 홀짝홀짝 마시면 뭔가 식도가 긁히는 느낌도 나고 속이 좀 쓰리다고 할까? 뭔가가 자극하는 느낌도 든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처음 우릴 때는 세차 10초로 버리고, 1회 우릴 때 30초 이내로 약하게 마시니, 5회도 우려지는 것 같다.
전술했듯 녹차와의 제조 시 차이점으로, 보이차의 핵심은 찻잎을 덖은 후 물을 뿌려 습한 곳에서 약 한 달간 발효(애매한 규모의 차창에서는 콘크리트 바닥에 2톤씩 쌓아놓고, 물 뿌리고 뒤집고 하면서 썩힌다. 그나마 점점 개선되어 요즘엔 10cm 정도 높여 놓은 돌 타일 바닥 공간을 넓게 만들어 놓고, 호스로 물 뿌리고 한 달간 다습하게 유지하며 삽으로 뒤집는다.)시킨 것으로, 만드는 데 녹차보다 품이 더 들어가는 것은 확실하다. 열악한 제조 환경에도 불구하고 발효된 잎에 존재하는 유효균은 지속해서 활동하므로 다른 균이 침투하기 어려운데다, 말린 후 증기로 쪄서 멸균 후 압병(동그랗고 납작하게 눌러서 부피를 줄이고 발효를 거의 중지시킴, 전통적으로는 발효된 차를 말려서 천에 싸고 증기를 쐬어 부드럽게 하며 소독한 후, 맷돌 같은 것으로 누르고 사람이 올라가서 발로 밟아 만들었고, 요즘은 차창에 따라 기계화하기도 한다.)하여 보관과 운반을 용이하게 했다. 표준 병차(보이차를 녹두전 모양으로 압병한 것)의 무게는 375g으로 8장을 합치면 3kg으로 한 묶음을 만들고 이걸 10개 팩으로 30kg 두 개를 말에 실어 차마고도를 통해 운반했다. 이렇게 해서 국가가 세금을 30kg 단위로 부과하기 용이하게 규격이 통일되면 375g이라는 숫자가 나왔다. 티베트를 제어하기 위해 대량 공급한 차는 저급한 찻잎을 벽돌 모양으로 만들고 길쭉하게 대나무에 여러 개의 벽돌 모양 차를 담아 운반 및 공급했고, 이 차를 장차라고 했다. 2007년경 야안에서만 1년에 11만 톤을 생산한다고 한다.

차의 양 (찻잎의 양)
차를 마시는 사람의 기호와 사용하는 다기의 종류에 따라 찻잎의 양은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찻잎이 그대로 판매되는 잎차냐, 티백에 들어있냐에 따라 활용법이 크게 달라진다. 잎차는 거름망이 있는 티포트가 필요하겠고, 티백은 미세 플라스틱이 걱정됨에도 불구하고, PLA(옥수수 전분을 발효시켜 만든 생분해성 플라스틱)로 만들었다고 하여 안전하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천연 펄프(종이)로 만들었다고 하는 팩 등이 있다. 내용물은 담터 보이차 기준 팩당 0.7g, 립톤 및 픽윅 홍차 기준 1.5g 정도라, 서양 티포트에 우려내면 이론상으로도 티백은 한 번만 우려도 진한 느낌은 약하다. 그러나 막상 서양 홍차 티백을 일반적인 차 컵에 한참 우려서 그냥 바로 빈속에 마시면 약간 울렁거리는 느낌까지도 든다. 따라서 나는 서양 홍차 티백형 제품들은 대부분 하나에 티포트(500mm~600mm) 2회를 표준으로 하고, 첫 번째는 2분 정도에 티백을 들어내고, 두 번째는 그냥 계속 둔다. 그래서 첫 번째는 좀 진하게 뜨겁게 마시고, 두 번째는 그저 단맛만 살짝 있는 수준이다.
잎차가 생각날 때는 보통 진한 카페인 맛(?)을 즐기고 싶어 8g 정도로 많이 넣는 경향이 있고, 보이차도 소포장된 경우는 그대로 한 번에 넣는다. 거의 8g~10g 정도 된다. 차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의 우리 전통차는 3~5g, 대략 4g으로 기억하면 좋다. 보이차는 보통 긴압되어 있어 작아 보이지만 무겁고 우리면 잎이 퍼져 나와서 양이 생각보단 많다. 티백에 들어 있어 먹기 편하게 판매하는 제품들은 잘 살펴보면 보이차는 0.7g(담터) 정도거나 그것보다 작았다. 그래서 이런 보이차는 좋게 말하면 부드러워서 누구나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보이차의 향만 좀 나는 수준이라 구수하면서도 깊고 달짝지근한 발효의 맛을 즐길 수준은 못 되는 것 같다. 그러나 가격도 그리 나쁘지 않으니 두세 팩 넣어서 우리면 가능은 할 것 같다.
티포트
처음엔 5,000원 수준의 투명 내열 유리 티포트(450ml)를 사용했는데, 설거지가 좀 번거롭지만 차 종류에 따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 차를 우리는 시간 조절이 가능하니 편하다. 그러나 유리 티포트는 막 씻기에는 모서리 등이 잘 깨져서 조심스럽다. 이 포스팅의 첫 사진에도 자세히 보면 티포트의 입구를 잘 닦아내지 못해 뭔가 끼어 있다. 몇번 쓰지 않아도 차의 얼룩은 유리 면에도 참 잘 붙는다. 그래서 이도 꼭 잘 닦아야 한다. ^^a. 차 마시기가 일상화되고 나서, 제다할 때 탕색을 봐가며 조절해야 하는 단계를 넘어서고, 자신에게 익숙해진 차를 마실 때는 오히려 불투명한 도기 티포트(650ml)를 쓰니 막 닦을 수도 있고, 들어가는 뜨거운 물의 양도 더 적당했으며, 식기세척기에 마구 넣는 등 관리가 편했다. 다만 포트 주둥이가 투명 유리 제품처럼 뾰족하게 되어 있지 않아 여기저기 차가 흘러서 닦아내는 수고가 필요했다. 차는 그냥 물과 달라서 진한 커피처럼 얼룩이 생긴다. 중국 주재 시 나름의 고급 음식점에서도 도우미들이 차를 따라줄 때 늘 줄줄 흘리며 따라줬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그래서 그 주둥이에 실리콘 등을 덧대기도 하고, 금속 솔 같은 클립을 끼워서 불필요한 흘림을 방지한다.

차 생육과 제조의 비법을 나도 하나 만들어 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생육 환경을 보면, 일반적으로 겨울철 최저 평균 기온이 -5~6도로 되어 있어, 한국 남부의 노지에서 키우는 게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녹차는 온화하고 강수량이 많으며 배수가 잘 되는 경사지나 구릉에서 잘 자란다. 특히, 부식질이 많은 양토질 토양에서 잘 자라며, 토양의 유효 토층은 약 60cm 정도가 필요하다. 기온은 연평균 13~16℃, 겨울철 최저 평균 기온이 -5~-6℃ 이상인 지역이 적합하며, pH 4.5~5.5 정도의 약산성 토양을 선호한다. 요즘은 끓는 지구 환경으로 인해 중부도 웬만해선 영하로 잘 안 내려가는 분위기다. 그리고,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겨울에 북풍을 바로 받아 나무가 겨울을 견디지 못하는 지형과 녹차 배치가 문제가 되고, 반 양지를 좋아하는 차에 내리쬐는 햇볕에 강도와 시간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중국의 특정 차 생산지는 큰 키의 녹차와 낮게 깔아 놓은 차를 같이 심어 적당하게 빛도 가려준다. 그러나 그 지역은 해발 1,500m 정도의 아열대 산악 계절풍 기후다. 푸얼 지역은 중국 윈난성에 위치하며, 아열대 산악 계절풍 기후를 가지고 있다. 평균 기온은 16.8℃ 정도로 온화하며, 일조량이 풍부하여 고품질 차 생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해발 1,400~1,600m에 위치하며 다양한 기후대가 공존하는 특징을 보인다.
한국의 경우 기후나 육종 등의 문제보다는 인건비와 사업성의 문제가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이고, 제주의 경우 한국 전체 녹차 생산량의 35%를 차지하고 있으나 농가 수는 0.16%로 대부분 대농이고, 평지에서 녹차밭을 기계 수확이 가능하도록 하여 경쟁력을 강화했다. 사실 한국은 인건비가 모든 일의 승패의 선결 조건이 된 지 오래되어, 일일이 새로 난 찻잎을 끝만 잘 따내는 1아 2엽(새싹 1개와 잎 2개를 손으로 톡 하고 따면 잘 떨어진다.) 따위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기계차가 똑같은 높이의 경계 조경수같이 생긴 녹차 나무를 지나가며 올라온 새싹을 전정하듯이 쓸어 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채엽기 1대가 1만 6천 제곱미터를 수확 가능하다고 하니… 중국 푸얼 고수차는 100년 된 나무에 아이를 포함한 사람이 올라가서 직접 손으로 따는데… 어찌 비교가 가능하겠는가. 채엽기 1대는 하루 평균 1만 6,500여㎡에서 수확할 수 있다. 채엽기 3대가 동시에 가동되면 일일 4만 4,200㎡(1만 3,400평)에서 무려 25톤의 찻잎이 수확된다.
나의 은퇴 후 차 사업에 관한 관심은 좀 제쳐두고, 현실로 돌아와서 건축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전원주택 하나 없이 죽어라 일만 하면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냥 넘어가기엔 세월이 너무 아까워서, 베란다 녹차 재배 및 차 제조에 돌입한다. 육종 따위 상관없이 일단 인터넷에 저렴이 15cm 정도의 녹차 묘목(묘목이라 하긴 좀 그렇고, 그냥 가지를 땅에 꽂아 잎이 10개쯤 난 녀석)을 판매하고 있어 6포트를 주문했고, 마침 카드 결제 실수로 두 번 결제하여 12포트를 주문, 택배비도 두 번 결제했다. 사장님은 확인 전화도 안 주시고 신나서 서비스 1포트 포함 13포트를 배송해주셨다. 삼복 더위에 다 짓눌려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배송된 녹차 나뭇가지들은 젖은 신문지를 둘러쓴 비닐 포트에 들어 있었고, 배송비 포함 17,000 X 2 = 34,000원, 합계 13포트, 수고 15cm~30cm, 잎 5개~10개, 가지꽂이한 어미나무의 잎 크기는 거의 포트 한 개만 했다. 녹차나무는 뿌리가 직진성이 강하여 노지에 심고 나서 적당히 크면 옮겨 심으면 잘 죽는다고 하여 포트에 일단은 두었는데, 배수가 잘 되는 상토로 교체 및 좀 길쭉한 화분에 밀식 등을 고려해 정리를 해야겠다. 몇 년 후에 이 포스팅을 보면 또 할 말이 많으려나?



여기까지 따라오시느라 모두들 수고 많으셨다. 이 글을 열심히 읽고 몇 년 후까지 기억하는 분들께 보라숙차(푸얼 지역에서 생산하여 푸얼차이니, 보라숙차가 맞겠다.)를 꼭 대접하도록 하겠다.
아래는 그간 차를 마시며 심심풀이로 AI와 대화하며 정리한 차 종류별 특징과 카페인, 장점 및 섭취 시 주의사항이니 참고하시면 좋겠다. 큰 화면의 패드 또는 PC에서 보시기를 권장드림.
| 대분류 | 차 종류 | 특징 | 생산지역 | 기타 유익성분 | 섭취 주의점 | 카페인 함량 | 주요 종류 | 대표 브랜드 |
| 녹차 | 녹차 | 찻잎을 산화시키지 않아 신선하고 깔끔한 맛이 남. | 한국, 중국, 일본 | 카테킨, L-테아닌, 비타민 C, 비타민 E, 폴리페놀 | 카페인 과다 섭취 시 불면증, 위장장애 올 수 있음. 빈혈 있다면 식후 바로 마시는 건 피하는 게 좋음. | 중간 정도 (20-45mg/잔) | 잎차, 가루차(말차), 덖음차 등 | 립톤, 테틀리, 오설록, 보성녹차 |
| 말차 | 곱게 간 녹차 잎 가루. 잎 전체를 먹어 카페인 함량이 높음. | 일본, 한국 등 | 카테킨(EGCG), L-테아닌, 클로로필, 비타민, 미네랄 | 카페인 함량 높음. 하루 1~2잔 적정량 지키는 게 좋음. | 높은 편 (30-70mg/1g) | – | 슈퍼말차, 츠지리 | |
| 현미녹차 | 녹차와 볶은 현미를 섞어 구수함. | 한국, 일본 | 녹차의 유익 성분(카테킨, L-테아닌 등), 현미의 식이섬유 및 미네랄 | 카페인 민감하면 과음하지 않는 게 좋음. | 일반 녹차보다 약간 낮은 편 (10-30mg/잔) | – | 동서식품 | |
| 백차 | 백차 | 어린 찻잎을 건조해 만든 차. 맑고 산뜻한 향과 맛이 특징. | 중국 푸젠성, 대만 | 폴리페놀, 카테킨, 비타민, 미네랄 | 카페인 민감하면 주의 필요. | 높은 편 (2.23~4.94%) | 백호은침, 백모단, 공미, 수미 | 아만프리미엄티 |
| 황차 | 황차** | 녹차와 비슷하지만 민황* 과정을 거쳐 단맛이 남. | 중국 후난성, 안후이성 |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아미노산 등 | 카페인에 민감하면 주의. 임산부 과다 섭취는 피해야 함. | 낮은 편 (녹차보다 낮음) | 군산은침, 몽정황아, 곽산황아 | 군산은침, 몽정황아 (대표 차 종류) |
| 청차 (우롱차) | 우롱차** | 부분적으로 산화시켜 홍차와 녹차의 중간 맛을 냄. | 중국 푸젠성, 대만 | 폴리페놀, 칼슘, 구리, 셀레늄, 칼륨, 비타민 | 공복에 마시면 위장 자극될 수 있음. 카페인에 민감하면 늦은 시간 섭취 피하는 게 좋음. | 중간 정도 (30-60mg/잔) | 철관음, 대홍포, 동정오룡 등 | 타바론, 베티나르디, 리쉬티 |
| 홍차 | 홍차 | 찻잎을 완전히 산화시켜 맛과 향이 강함. | 인도, 스리랑카 등 | 폴리페놀, 카테킨, 테아플라빈, 미네랄 | 빈혈 있다면 식후 바로 마시는 건 피해야 함. 카페인 민감하면 주의. | 높은 편 (40-70mg/잔) | 아쌈, 다즐링, 실론 등 | 립톤, 포트넘 앤 메이슨, 로네펠트, 아마드, 트와이닝스 |
| 얼그레이 | 홍차에 베르가모트 향을 더해 산뜻함. | – | 카테킨, 플라보노이드, 미네랄, 비타민 | 카페인 민감하면 주의. 과다 섭취 시 불면증, 위장장애 올 수 있음. | 높은 편 (홍차와 비슷한 수준) | – | 트와이닝스, 아마드, A.C.퍼치스 | |
| 차이 | 홍차와 향신료, 우유를 넣어 만든 달콤하고 스파이시한 밀크티. | 인도 | 홍차의 유익 성분(폴리페놀, 카테킨 등) 및 향신료의 다양한 성분 | 설탕 함량 높을 수 있으니 건강에 주의해야 함. | 높은 편 (홍차와 비슷한 수준) | – | 테틀리, 트와이닝스 | |
| 흑차 | 흑차 | 후발효차의 총칭. 깊고 부드러운 맛과 향이 특징. | 중국 후난성, 쓰촨성, 광시성 | 폴리페놀, 비타민 E, 다양한 미생물 발효 성분 | 공복 섭취 시 속 쓰릴 수 있음. 위생적인 보관이 중요함. | 중간 정도 (30-50mg/잔) | 육보차, 천량차 등 | 삼학, 백사계 |
| 보이생차 | 발효시키지 않아 오래될수록 맛과 향이 깊어짐. | 중국 윈난성 시솽반나 | 카테킨, 갈산, 폴리페놀, 비타민 | 공복 섭취 시 속 쓰릴 수 있음. 숙성 과정 불분명한 제품은 피하는 게 좋음. | 중간 정도 (30-50mg/잔) | – | 대익, 하관, 맹해 | |
| 보이숙차 | 인공 발효 과정을 거쳐 흙냄새와 부드러운 맛이 남. | 중국 윈난성 시솽반나 | 카테킨, 폴리페놀, 비타민 E | 공복 섭취 피하는 게 좋음. 오래된 제품은 위생 확인 필요함. | 중간 정도 (30-50mg/잔) | – | 대익, 해만 | |
| 기타 | 루이보스티 | 남아프리카산 침엽수 잎 차. 부드러운 단맛과 독특한 향이 있고 카페인 없음. | 남아프리카 공화국 | SOD(항산화 효소), 아연, 칼슘, 마그네슘, 플라보노이드 | 과음 시 설사, 복통 가능성. 특정 질환 있다면 의사 상담 필요. | 없음 (0mg/잔) | 일반 루이보스, 녹색 루이보스 | 위아루이, 레드보스, A.C.퍼치스 |
| 마테차 | 남미산 감탕나무 잎 차. 쌉쌀하고 개운한 맛이 나고 미네랄이 풍부함. |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 마테인, 미네랄(철분, 칼륨, 칼슘, 마그네슘, 아연), 폴리페놀 | 카페인 함량 높음. 뜨겁게 자주 마시면 식도 건강에 주의해야 함. | 높은 편 (65-130mg/잔) | – | 라스마리아스 | |
| 콤부차 | 차를 발효시켜 만든 음료. 유기산과 프로바이오틱스가 많고 상큼함. | 동북아시아 유래, 전 세계 | 프로바이오틱스, 유기산, 비타민 B군, 비타민 C, 폴리페놀 | 과음 시 복통, 가스 찰 수 있음. 당 함량 확인도 필요함. | 낮은 편 (5-20mg/잔) | – | 스타콤부차, 부루구루 | |
| 커피 | 로스팅 원두를 추출한 음료. 쌉쌀하고 고소한 맛이 특징. | 브라질, 콜롬비아, 베트남, 에티오피아 등 | 폴리페놀, 클로로겐산 등 항산화 성분 | 과음 시 불면증, 위장장애 가능성. 칼슘 흡수 방해할 수 있고, 뜨겁게 마시면 식도 건강에 주의. | 높은 편 (40~150mg/잔) |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라떼, 카푸치노 등 | 스타벅스, 메가커피, 이디야커피, 투썸플레이스 |
*. 황차의 민황(悶黃) 과정은 황차 특유의 맛과 향, 그리고 누런 빛깔을 만들어내는 핵심적인 단계입니다.
쉽게 말해, 민황은 찻잎을 뜨거운 증기와 열기로 덮어 약하게 발효시키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더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녹차와 비슷하게 찻잎의 효소를 파괴하는 살청 과정을 거침.
- 살청 후 찻잎이 뜨거운 상태일 때, 상자에 덮어두거나 종이에 싸서 일정 시간 방치함.
- 이때 찻잎의 수분과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약한 발효가 일어나면서 엽록소가 파괴됨.
- 이 과정을 통해 찻잎의 색과 차를 우린 물의 색이 누렇게 변하고, 쓰고 떫은맛은 줄어들고 부드러운 단맛과 독특한 향이 생겨남.
원래는 녹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실수가 생겨 우연히 발견된 방법이지만, 지금은 황차를 만드는 정식 공정이 되었습니다.
**. 황차와 청차(우롱차)는 둘 다 찻잎을 완전히 발효시키지 않은 부분 발효차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발효를 시키는 방식과 그로 인해 생기는 맛, 향, 색깔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 황차는 찻잎을 살짝 덖은 뒤, 뜨거운 상태에서 천이나 종이로 덮어 **’민황(悶黃)’**이라는 약한 발효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으로 인해 찻잎과 우린 물이 누런색을 띠게 되고, 녹차의 떫은맛은 사라지고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남습니다.
- **청차(우롱차)**는 찻잎을 흔들고 비비는 **’요청(搖靑)’**이라는 과정을 반복하여 찻잎의 가장자리만 발효시킵니다. 그래서 발효도가 다양하고, 맛과 향도 녹차처럼 신선한 맛부터 홍차처럼 진한 맛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습니다. 화려하고 풍부한 꽃향기가 특징인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말해, 황차는 ‘민황’이라는 과정을 통해 부드러운 단맛을 내는 반면, 청차는 ‘요청’ 과정을 통해 다양한 향과 맛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